한국인이라면 "아니","근데","진짜"라는 말을 빼고서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농담이 유행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말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가지 표현을 사용합니다. "아니","근데","진짜" 외에도 여러가지 말이 있습니다. 그런 말과 표현이 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말을 시작할 때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본격적인 내용을 말하기 전에 특정 표현을 먼저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은”, “그러니까”, “그런데”, “저기”, “음”과 같은 말이 문장 앞에 자연스럽게 붙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질문받았을 때 바로 답하지 않고 “음, 그게…”라고 말한 뒤 생각을 이어가거나,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기 전에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는…”이라고 시작하는 것도 흔한 예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문장의 핵심적인 내용만 놓고 보면 생략해도 의미가 전달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상대방에게 자신이 말을 이어가려 한다는 신호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표현은 앞으로 이야기할 내용의 방향이나 화자의 태도를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문장 앞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짧은 표현은 단순히 의미가 없는 말이 아니라 실제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언어적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2. 말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표현을 사용한다
사람이 말할 때는 전달하려는 내용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적절한 단어와 문장 구조를 선택합니다. 머릿속에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더라도 그것을 어떤 표현으로 전달할지 바로 결정하기 어려운 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음”, “어”와 같은 표현을 먼저 사용하면 오랫동안 침묵하지 않으면서 다음에 할 말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음, 그 부분은…”이라고 먼저 말한 뒤 답변을 정리하는 것이 한 가지 예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화자에게 짧은 발화 준비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청자에게도 아직 답변이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즉석에서 생각해야 하거나 복잡한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말이 더 자주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언어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유창한 발화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머뭇거림이나 발화 관리와 관련하여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말을 시작할 때 무심코 사용하는 짧은 표현은 생각을 언어로 구성하는 동안 대화의 흐름을 끊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3.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방향을 알려주기도 한다
문장 앞에 붙는 표현 가운데에는 화자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갈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런데”는 앞에서 나온 내용과 다른 내용을 덧붙이거나 화제를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러니까”라는 앞에서 말한 내용을 정리하거나 그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라는 표현은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겠다는 신호를 주며, “사실은”은 앞서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을 새롭게 제시하려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단어 자체의 사전적 의미와 별개로 대화 전체의 흐름을 조직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청자는 이런 신호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지, 앞의 내용을 다시 설명하는지, 서로 다른 내용을 연결하는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화에서는 문장의 핵심 내용뿐만 아니라 내용과 내용 사이의 관계를 알려주는 표현도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따라서 말을 시작하면서 사용하는 특정 표현은 화자와 청자가 대화의 구조를 파악하고 다음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안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4. 자기 말을 부드럽게 시작하기 위해 표현을 덧붙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말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나 부탁을 바로 제시하지 않고 완곡한 표현으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혹시 괜찮다면…”, “조금 조심스럽지만…”과 같은 표현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잘못했어요”라고 직접 말하는 것과 “제가 보기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고 시작하는 것은 전달하려는 핵심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말의 강도와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부탁하거나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민감한 내용을 이야기할 때는 이러한 표현을 통해 말의 강도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학에서는 이처럼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화자의 태도와 대인관계를 함께 고려하여 표현을 선택하는 현상을 화용론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장 앞에 붙는 표현은 단순히 말을 시작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화자가 자신의 태도를 드러내고 상대방이 이어지는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화의 분위기를 조절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5. 반복해서 사용하면 개인의 말버릇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처음에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했던 표현도 여러 상황에서 반복되면 개인의 말버릇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했던 “음”이나 의견을 제시하기 전에 사용했던 “사실은”, “개인적으로는”과 같은 표현이 시간이 지나면서 특별한 의식 없이 문장 앞에 등장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을 시작할 때마다 “일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다른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설명할 때 “제 생각에는”이라는 말을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말버릇은 개인이 자주 접하는 언어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특정 표현을 반복해서 듣거나 친구들과 비슷한 말투로 오랫동안 대화하면 주변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자신의 언어 습관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표현을 사용했을 때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었던 경험이 반복되면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표현을 다시 선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말을 시작할 때 사용하는 표현은 대화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개인마다 서로 다른 언어 습관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6. 말을 시작할 때 사용하는 표현은 대화를 이어주는 장치가 된다
사람들이 말을 시작할 때 특정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하나의 원인으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음”이나 “어”처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확보하는 표현이 있는가 하면, “그러니까”나 “그런데”처럼 이어질 내용의 관계를 알려주는 표현도 있습니다. 또한 “사실은”이나 “제가 보기에는”처럼 화자의 태도를 드러내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말의 분위기를 조절하는 표현도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면 개인의 말버릇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문장의 핵심 정보만 놓고 보면 생략할 수 있는 표현이라도 실제 대화에서는 화자와 청자가 발화의 흐름과 의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을 시작하면서 무심코 사용하는 짧은 표현에는 생각을 정리하고 발화의 방향을 제시하며 상대방과의 관계를 조절하는 여러 기능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말의 앞부분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실제 대화에서 언어를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상대방에게 맞게 끊임없이 조절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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